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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COVID-19, 7일차 돈도 없고 먹을 것도 떨어지고 있는데

필리핀 COVID-19

by 필산B급백수 2020. 3. 24.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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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코로나 19 관련, 생활 속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있다. 격리 7일째, 돈도 없고, 집에 먹을 것도 떨어지고 있는데, 일하러 나오지 않는 우리 하우스 키핑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집엔 하루 4시간, 일명 하프데이로 일해주는 하우스키핑이 있다. 집에서 밥을 잘 해먹지 않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설겆이 꺼리는 거의 없다. 하는 일은 방과 거실 청소, 빨래, 그리고 마당정리 정도로 마음먹고 일을 빨리빨리 하면 2시간안에도 끝낼 수 있는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2시간 페이를 적용하기에 애매한 부분이 있어서 그냥 하프데이로 여유를 가지고 일을 하는 편이다. 본인이 급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오프를 낼 수 있다. 사실 청소와 빨래를 매일 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는 아주 관대하다. 대신 미리 인폼을 해줘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어째든 우리는 한달에 약 10만원으로 집안 일에 대해서 해방이 된 셈이다. 우리집에서 일하는 하우스키핑은 전형적으로 잘 못사는 일명 하루 벌어 하루 생활하는 대표적인 케이스다. 남편은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고, 아들 3명을 키우며, 우리집으로 청소하러 오는 것만이 집에서 유일하게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다. 즉, 한달에 10만원으로 5인가족이 생활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던 중, 코로나19로 인해 필리핀 내 분위기가 엄격해 지면서, 일단 서로서로 집에서 자가격리하며 추이를 지켜보기로 하고, 출근을 잠시 보류를 했다. 우리입장에서는 외부에서 사람이 집으로 들어와 물건들을 만지며, 청소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하우스키핑 집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일을 하고 싶으면 해도 된다고 연락을 했다. 단, 집에 오자마자 손부터 깨끗히 씻고, 우리가 제공하는 마스크를 쓰고 일을 한다는 조건이었다. 하우스키핑이 평소 말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허용한 부분도 있다.

 

그리고 답장이 왔다. 내용을 대충 요약을 하자면, "현재 먹을 것도 떨어지고, 돈도 없다. 그래서 일을 해야 하지만, 바랑가이(동네)에서 외출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어서 일을 나갈 수가 없다. 다시 상황을 보고 내일 연락해주겠다." 연락을 받고 어떻게 해석을 해야할지 고민을 좀 했다. 

바랑가이 패스슬립. PASS SLIP BY ENHANCED COMMUNITY QUARANTINE(COVID-19)

내가 엊그제 바랑가이에 직접 가서 외출관련 패스슬립을 받으러 간적이 있었는데, 거의 10초만에 발급을 받았으며 어떤 어려움이나 까다로움도 없었다. 동네와 동네 사이를 이동할 때는 정말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지난 글처럼), 동네 내에서 이동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식료품이나 기본생활품은 동네에서 해결하라는 뜻으로 해석이 된다.

 

즉, 동네에서 외출을 엄격하게 통제하기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사실도 아닐 뿐더러, 정말 돈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라도 방법을 만들어서 일을 해야하는 상황임에도 핑계로 들린다.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하며 위험을 감수하면서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고작 2명이 살고 있는 가정집 청소하는 것인데,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이 있을 수 있나 싶다.

 

기본적으로 NO WORK, NO PAY 가 원칙이다. 이 개념은 필리핀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인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상업시설은 대부분 문을 닫은 관계로, 최소 한달 동안은 일을 할 수 없으며 수입도 없다는 뜻이다. 내가 만약 하우스키핑이라면, 그래서 집에 돈도 없고 먹을 것이 다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우리집에 일을 하게 해달라고 부탁을 하는 것이 맞다. 

 

대중 교통이 차단된 상태이지만, 어차피 같은 동네에 살기 때문에 평소에도 걸어서 출근을 하는 상황이라, 못 올 이유가 없는데... 왜 그럴까? 혹시, 혹시, 만약 우리를 COVID-19 감염자로 여긴다면, 퍼즐은 맞춰진다. 어떤 핑계를 만들어서라도 오지 않는 것이 맞다. 그런데 2~3일 있다가 일하러 오겠다고 연락이 올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만약에 일하러 온다고 하면, 거리를 유지한 체 한 번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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